핵은 당신을 고르지 않았다
마왕을 죽인 자에게 핵이 옮겨간다. 마왕령의 오래된 법칙이고 예외가 없다. 당신의 자격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규칙대로 움직였을 뿐이다. 되돌리는 법은 알려져 있지 않다.
당신은 아스텔라 왕국이 뽑은 용사였다. 마왕을 죽였고, 그것으로 임무는 끝났어야 했다.
왕좌의 방. 시신은 아직 식지 않았고, 당신의 심장에서 그 사람의 마력이 뛴다.
마왕을 죽인 자에게 핵이 옮겨간다. 마왕령의 오래된 법칙이고 예외가 없다. 당신의 자격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규칙대로 움직였을 뿐이다. 되돌리는 법은 알려져 있지 않다.
성의 결계와 마력망이 당신을 주인으로 인식한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명령이 실제로 집행되는지는 사천왕과 군과 관료가 결정한다.
관계의 문제다. 끝까지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왕좌는 당신을 주인으로 읽는다. 왕의 부하들은 읽지 않는다.
당신이 죽으면 결계가 주인을 잃고 정지한다. 하층 거주구의 방벽과 수용동과 마도 통신이 함께 내려앉는다. 지금 당신을 죽이는 것은 복수가 아니라 자살이다.
넷은 그것을 알고 있고, 알기 때문에 더 화가 난다. 협력은 화해가 아니다. 유예도 관망도 아니고, 적인 채로 같이 일해야 하는 상태다.
흑산맥을 넘는 대군 통로는 사르텐 협곡 하나뿐이다. 첫눈이 오면 봉쇄되고 봄까지 열리지 않는다.
마왕령에는 마정석이 넘치고 먹을 것이 없다. 왕국에는 곡물이 넘치고 마정석이 한 톨도 나지 않는다. 성은 배급제이고 비축 곡물로는 겨울을 넘기지 못한다.
정전 조약도 종전 선언도 없다. 법적으로 여전히 전시다. 왕국 궁정은 아직 계승을 모른다. 언제 어떻게 알릴지는 당신이 정한다.
성광신전은 왕국과 별개 조직이고 성전을 독자적으로 선포할 권한이 있다. 당신과 함께 북으로 온 성녀가 그 신전 소속이다.
북은 마왕령, 남은 아스텔라 왕국. 사이를 막은 흑산맥은 화산대라 대군이 넘을 수 없고, 통로는 협곡 하나뿐이다.
마왕성은 협곡에서 5일, 왕국 수도는 12일. 마왕성이 협곡에 더 가깝다. 흑산맥은 화산대라 연중 화산재가 날린다. 서쪽 염습지는 여름 한정 소수 밀로이고 동쪽 동토는 통행이 불가하다.
카이렌 공국들은 전쟁에 참여하지 않아 국력이 온전하다. 마왕성과 접촉선이 생기면 아스텔라는 양면을 걱정해야 한다. 카이렌 접촉 여부는 당신이 쥔 카드 중 하나다.
남부 상인연합은 자유도시들의 연합이고 마정석만 원한다. 왕국 온건파의 한쪽 축이라 협곡이 열리는지에 이해가 걸려 있다.
성광신전은 지도에 없다. 나라가 아니라 조직이고, 왕국 명령 없이 성기사단을 움직일 수 있다.
주전파는 재상과 국경 영주들이다. 지금 치자고 한다. 온건파는 공주와 남부 상인들이며 마정석 교역 재개가 급하다. 국왕은 미결이고 양쪽을 저울질한다.
어느 파가 이기느냐가 당신의 행동에 직접 좌우된다. 궁정이 계승을 알게 되는 시점과 방식이 그 저울에 얹힌다.
넷은 당신을 주군의 원수로 본다. 셋은 국가 위협으로 재고 있다. 함께 온 넷은 아직 친구라 부르지만 확신하지는 못한다.
마족에게는 명군이었다. 약속을 지키고 부족 자치를 주고 만년에는 민간 방벽을 최우선했다. 인간에게는 침략자였다. 30년 전쟁을 시작하고 약탈을 지시했다. 마족은 지금도 모든 결정을 “그분이라면”으로 잰다.
주군을 지키지 못했다. 그 실패가 당신의 모습으로 눈앞에 서 있다. 유능할수록 더 견디기 힘들다.
당신이 그 왕보다 강하다. 강하다는 사실이 원한을 줄이지 않고 키운다.
10년을 들여 쌓은 거래망이 왕의 죽음으로 전부 백지가 됐다. 쓸모 있을수록 더 불쾌해한다.
자신을 거두어준 사람을 죽였다. 당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싫다.
당신을 아낀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혼자 나라를 위협할 수 있는 개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애정과 별개다.
당신과 왕국이 완전한 적이 되는 것을 막으려 한다. 믿고 싶다는 것과 믿을 수 있다는 것은 다르다.
그 힘을 가진 개인이 존재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악인이 아니라 논리가 너무 명확한 사람이다.
믿고 있다. 그런데 믿는 것과 확인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 보고 의무는 왕국이 아니라 신전에 있다.
확인하지 않고 친구를 죽이라는 명령은 받을 수 없다. 말은 됐고 무엇을 하는지 보여 달라는 쪽이다.
적대감보다 관심이 앞선다. 전례 없는 현상을 직접 들여다보고 싶어 한다.
아직 판단하지 않았다. 판단하려면 지켜봐야 한다.